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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노트

🎵데이먼스이어 정규앨범 [CORPUS 0] 가사&감상평

by 증류수(5.7) 2025. 5. 26.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감상 위주이다 보니 두서가 없을 수 있습니다

 

듣기 전

 

데이먼스 이어가

2025년 5월 25일 새 정규 앨범 'CORPUS 0'을 공개했다.

(2025.05.25도 노린 것 같은 건 기분 탓일지...)

CORPUS와 0은 뭘까

 

corpus는 '뭉치, 몸체'라는데

집단 내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모아서 정리해 둔 형태라고도 하고...

그냥 하나의 큰 형태를 의미하나 보다.

데이먼스 이어가 말하고 싶은 말들의 형태들을 뭉쳐놓은 게 이번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옆에 0이 의미하는 것은 음악을 다 들어보고 판단해야겠다.

0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데...

 

가사에 미친 자로서 내 이야기를 투영해서 듣는 게 익숙하다

그만큼 몰입이 강하고 위험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 건,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 그 노래는 그 이야기에 갇혀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

그걸 느껴서... 공감하고 감상하는 위주로 들어봤다

몰입하는 건 재밌으니까^^

현실에서는 담담하게 묻어둬야 하는 감정들을 음악을 들으면서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게 되니

좋다고 해야 하나

 

하렴씨 대체 어떤 사랑을 한 거야!!

 


앨범 소개

기울지 않는 달. 영원한 사랑. 무한. 영생. 박제된 손가락. 계절이 없는 꽃. 지속되는 향수. 어긋나기 시작한 태양력. 공전의 뒤틀림. 느린 춤. 벽이 없는 미로. 페이지가 없는 소설. 색이 바래지 않는 그림. 금이 가지 않는 조각. 부활. 실로 엉킨 시계침. 시간역행. 무중력. 치유와 회복. 술래 없는 숨바꼭질. 깨지지 않는 꿈. 마르지 않는 강. 거울 속 거울 끝의 손을 잡고. 빛의 속도로 빛을 향하여. 날개 없이 날아가자.

 

인간이 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시간이 닿지 않도록,

 

짐을 버리자.

.

.

.

CORPUS 0.

 

사랑을 비워내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곡을 다 듣고 나서 '정말 다 지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포기가 안 되는 이 마음을 어떻게 비워내야 할까

관계의 사랑이 0으로 치닫는 순간, 안 되는 걸 알면서 발버둥 쳐도

결국은 그 잔상에 다시 몸을 맡기게 될 것이다

...

얼마나 고심해서 만든 정규앨범인지

진심으로 다 듣고 나니 진 빠진다...

실히 복잡한 감정을 계속 들여다보고 정리하면서 얼마나 지쳤을지

이걸 하나의 나의 말과 노래로 풀어내면서 얼마나 감정을 쏟아냈을지

 

정말 쉽지 않았겠구나 싶다

나도 오죽하면 노래를 곱씹고 해석하다 하루가 지나버렸다

 


 
전반적인 리뷰

스토리, 연출, 배우(?) 모두 최고인 예술작품...

 

사운드가 풍부하고, 가사도 계속해서 곱씹을 정도로 훌륭하다

사람의 감정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인데

이걸 하렴씨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감정의 뭉텅이를 다양한 질감과 결로 쪼개어 표현한 게 예술이다

 

앨범의 곡들 차례대로 살펴보면

+
504 Gateway Timeout
Gertha Loew
죽지 않은 연인에게
태엽감기
물 속의 6월
CORPUS 0
희망의 빛
Erebia
죽은 연인에게
섬망
Telepathy
-

 

모두

양 끝부터 대칭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러다 'CORPUS 0'에 수렴하는 형태를 띤다

 

하렴씨가 생각하는 거울은

나의 모습과 내면을 담아내는 매개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깨진 거울과, 깨져버린 조각은 결국 망가져버린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그리고 Erebia를 검색해 보니 외눈이지옥나비가 나왔는데

이 나비의 색깔도 어둡다.

Telepathy라는 노래에 나비를 언급한 걸 보면 살짝 노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본인을 나비에 빗댔을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이지 과해석일수도 있다.

이 마음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실제로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고

상대도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선 수백 번 죽이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받아들여버린 것처럼

어쩌면 0에 수렴하기란 불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결론은

사랑해요 데이먼스이어

 

밑에서부터는 한곡씩 감상평


 

01. +
"깨진 조각을 찾다가 손이 찢어지는 게 나았을 걸"

 

[가사]
달리면 걔도 나를 따라와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야
너 없인 설명할 수가 없어
내가 살았던 모든 시간

우리의 화장은 짙어져서
외로워도 행복한 줄 알지
세상은 가시 박힌 공기로
조금은 예민해진 상태

가질 수 없는 것만 갖고 싶어
너의 사랑 너의 모든 시선들

가질 수 있는 건 영원의 착각
깨진 거울 속 거울의 나의 모습

가질 수 없는 것만 갖고 싶어
너의 사랑 너의 모든 시선들

가질 수 있는 건 영원의 착각
깨진 거울 속 거울의 나의 모습

나의 유리심장은 부서지기 전에
햇빛에 전부 녹아버렸어

흐르는 건 손에 쥘 수 없지
너도 나도 알아

깨진 조각을 찾다가 손이 찢어지는 게 나았을 걸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

함께 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은데, 노래 후반부에 들리는 배경 음악은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다시 보니 +가 균열되어 갈라지는 모양 같기도 하고? 이건 그냥 과몰입러의 생각이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살았고 겹친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 접점에 마음이 동하고, 상대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그 관계가 부서질 때조차 명확하게 깨지는 게 아닌 햇빛에 녹아 버렸다는 건...

녹아버려 흐지부지 된 조각들을 어떻게든 찾아내보려고 하지만 찾을 수 있을까

차라리 깨져버린 마음의 조각을 찾으면서 다치는 게 나았겠지만

그 조각조차 찾을 수 없어 허공을 맴돌 뿐인가 보다


02. 504 Gateway Timeout
"짧은 밤에도 이룰 수 있던 건
가득 찬 적 없는 마음 때문이라는 걸"

 

 

[가사]
너의 바쁜 질문들은
내가 가장 슬플 때 던져졌고

붉게 물든 입술 속엔
말을 하는 법을 잊어버렸지

그때 네겐 믿을 수 있는 건 없었지
밤을 넘기려면 안겨야 해

짧은 밤에도 이룰 수 있던 건
가득 찬 적 없는 마음 때문이라는 걸

이젠 알 수 있어
못 한 건배를 하면서

그리웠던 만큼 나를
너에게 나눌 수 있어

이젠 네게
이젠 내 모든 걸
나의 전부 네게

그땐 나도 기댈 수 있는 곳은 없었지
너의 눈은 의심만 가득 찼었고

말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오직 한 가지
거짓말로 끝말잇기를 해야 했던 날

사랑한다는 거짓말로 너를 붙잡고
기다리면 그 말은 진실이 될 거야

나는 네가 두고 간 불안으로 잘 살지
언젠가 나는 네게 되돌아갈 거야

 

제목의 '504 Gateway Timeout'서버가 접속되지 않을 때 뜨는 문구다

서로의 엇갈린 감정선과 엉켜버린 말들, 거짓말을 해서라도 붙잡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 게

혹시 화자가 아닌 상대방 입장에서 쓰인 시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대화를 해도 엇나가고, 서로가 함께할 수 있었던 건 가득 차지 않은 마음 때문에 가능했다는데

앞으로 나올 노래들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냥 내 개인적인 해석일 수도 있음

상대의 눈에는 의심만 가득했고, 결국은 떠나간 거로 추측된다.

거짓말로라도 붙잡고 싶었던 마음, 이제는 내가 그 마음을 내어줄 수 있게 된 상태라고 말하는 걸 보면

아니 상대방 입장 맞잖아?! 아님 말고..

어떻게 사랑 앞에서 누구나 다 진실만을 얘기할까

이미 끝나버렸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되어버린 이 상황은 뭘까

끝날 수 있어서 얘기할 수 있게 된 걸까?

갑자기 끊기는 듯한 노래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03. [타이틀] Gertha Loew
"난 네가 없으면 너와 비슷한 걸 찾네 아주 조금만 같아도 난 사랑할 수 있어"

 

 

[가사]
난 네가 없으면 너와 비슷한 걸 찾네
아주 조금만 같아도 난 사랑할 수 있어

난 잘못된 걸 알면서도 너를 생각해
네가 날 싫어한다 해도 난 널 사랑하지

널 사랑하지

기대만큼 좋았던 적은 없어
난 그 이상으로 너 하나만 생각해

우린 가까울수록 멀어져 가
우리는 언젠가 그저 사라질 뿐이란 걸

기대만큼 좋았던 적은 없어
난 그 이상으로 너 하나만 생각해

우린 가까울수록 멀어져 가
우리는 언젠가 그저 사라질 뿐이란 걸

너의 사진을 묻어둔 카메라 속엔
우리를 쫓던 태양 빛이 여전해

처음 느꼈던 여름의 차가운 밤
나의 유산을 전부 벗어던진 땅

나의 방은 너의 착시만 남았네
죽은 시계는 나침반처럼 기우네

눈물 속엔 낯선 시침이 박혔네
우린 같은 꿈에 갇힌 친구가 됐지

제목이 무슨 뜻일까

익명의 이름을 붙여놓은 듯한 이 느낌은...

초반에 울리는 바이올린 선율이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고조되는 바이올린 소리는 간절하게만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 사람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어서, 그 무언가에라도 마음을 붙여보는 상태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슬펐다

옆에 있을 때 내가 기대한 만큼의 무언가가 따라오지 않고, 그래서 계속해서 무너져도

그게 잘못되고 불균형하다는 걸 알아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보여서

괜히 내 마음까지 어지러워지고 슬퍼지는 느낌이었다.

가까워지려고 하면 멀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 순간순간을 담은 추억들은 밝게 빛나는데,

현실에서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화자는 현실과 꿈의 괴리감을 잊으려면

추억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시간에 대한 감각도 흐려진 채로

또 하루하루를 버텨내겠지


04. 죽지 않은 연인에게
"나는 입술색이 지워진 줄도 모르고 안겨있어
오늘 밤은 나의 부끄러운 것을 가려줘서 좋아"

 

"나는 언제나 너에게 내 모든 걸 들키고 싶은 사람"

 

[가사]
몸은 구겨져도 마음은 부풀어서
자다가도 자꾸 그대 쪽을 향해요

믿을 수 없어요 낯선 우리의 지금이
아마 그날 그대 눈빛은 예언이었나 봐

나는 입술색이 지워진 줄도 모르고 안겨있어
오늘 밤은 나의 부끄러운 것을 가려줘서 좋아

아침이 밝아오면 지금은 먼지만 쌓인
지울 수 없는 사건이 되겠지

이 시간은 시대가 될 걸 알아요
우리는 이불속에 기록되겠죠

문자가 아닌 향수로 쓰여져서
우리 둘만 해석을 할 수 있어요

몸은 구겨졌고 마음은 터져서
자다가도 계속 뒤척여요

이 시간은 시대가 될 걸 알아요
우리는 이불 위에 기록되겠죠

나는 입술색이 지워진 줄도 모르고 안겨있어
오늘 밤은 나의 부끄러운 것을 가려줘서 좋아

아침이 밝아오면 지금은 먼지만 쌓인
지울 수 없는 사건이 되겠지

난 어렸을 때 어떤 저주에 걸렸어
그건 매일 자라나고 죽일 수 없는 외로움

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에

살아있어.

 

계속해서 이어서 듣는데 이번 앨범이 정말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마음이 왜 이렇게 아파?

이번 노래의 주제가 역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아... 한숨 고르고

 

이전에도 들었지만, 앨범 순서대로 들으니까 더 마음이 아프다

뮤직비디오 처음에 나오는 대사가 이 노래의 전부를 관통한다고 느꼈다

몸은 구겨지고 초라해졌지만 마음은 자기 멋대로 커져버린 모습에

자꾸만 그 사람에게 안기고 싶고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을 통제할 수 없이 커지니

이제는 내 모든 걸 보여주고 들켜도 상관없다는 듯이 들린다.

시대라는 건 하나의 역사라는 거고, 글 하나를 남기게 되는 건데

그 역사를 향수로 쓴다는 건,

한 사건을 다양한 감각적인 형태로 자신의 타임라인에 기록한다는 거니까...

날것 그 자체들의 기록이 아닐까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나눌 수 있는 흔적들이

다음 날이 되면

먼지가 쌓인 빛바랜 추억이 되는 건데

그걸 온전히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이렇게라도 그 사람을 기억해내고 싶은 거겠지

완전히 끝나지도 못하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경계의 감정. 


05. 태엽감기
"우린 무한속을 살아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태엽"

 

[가사]
너는 내게 같은 모양으로
되기를 원하는 바보 같아

넌 실수로 키스를 했었지
우리는 더 진척이 없었네

잠에서도 네 생각을 하지
너 때문에 난 쉴 수가 없는 걸

너의 하루엔 얼마만큼의
내가 들어있을지 궁금해

우리 눈을 서로 겹쳐보면
모든 것은 계속 펼쳐지네

우린 무한속을 살아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태엽

우리 눈을 서로 겹쳐보면
모든 것은 계속 펼쳐지네

우린 무한속을 살아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태엽

-

나는 네게 같은 모양으로
되기를 원하는 바보 같아

너를 집에 데려다줬을 땐
그 속에 들어가길 노렸지

언제부터 나는 제정신을
잃어버려도 찾질 않았지

너의 하루엔 얼마만큼의
내가 들어있을지 궁금해

우리 눈을 서로 겹쳐보면
모든 것은 계속 펼쳐지네

우린 무한속을 살아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태엽

우리 눈을 서로 겹쳐보면
모든 것은 계속 펼쳐지네

우린 무한속을 살아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태엽

우리 눈을 서로 겹쳐보면
모든 것은 계속 펼쳐지네

우린 무한속을 살아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태엽

우리 눈을 서로 겹쳐보면
모든 것은 계속 펼쳐지네

우린 무한속을 살아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태엽

 

좋았던 추억 속에 살기 위해

머릿속에서, 그 부분만 태엽을 감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후렴 부분에서 가사와 멜로디가 반복된다

 

상대는 내가 같은 모양을 되길 원하고, 나도 그러길 원하고

그렇게 키스를 했지만 더 진척은 없었고

서로가 맞지 않았지만, 좋았던 순간만 가득했던 시간이 특별하게 남아서

그 순간을 머릿속에서 반복하고 반복한다고 느꼈다

상대의 하루엔 얼마만큼 자기가 들어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화자의 하루엔 상대로 꽉 차있는 것 같다

그 마저도 부족해서 자꾸 좋았던 추억만 반복재생하는 것 같다

짝사랑이나 애매한 관계를 해본 사람이라 꼭 느껴봤을 감정이다

 


06. 물 속의 6월
"여름 밤의 눈물은 셔츠에 닦고
미뤄뒀던 빨래를 하러나가자"
[가사]
혼잣말을 하다가 웃어버렸네
감춰놨던 표정을 내게 들켰나
인간으로 살면서 말할 수 없는 게
나의 속을 가득히 채웠지

여름 밤의 눈물은 셔츠에 닦고
미뤄뒀던 빨래를 하러나가자
나는 낮의 기분을 이길 수 없어서
밖을 자주 나가지 못했지

즐거운 꿈과 행복한 아침이
언젠가 온전히 내게

익숙한 팔과 매일 같은 밝은 달이
거울에 비치는 날까지

혼잣말을 하다가 울어버렸네
침대밑에 숨겨둔 기억때문에
매일 밤의 기도를 듣고 있지 않아도 돼
나는 아무 자격없지

피곤한 내 마음은 잠든 중에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널 찾아
날개없이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밤새
너의 그림자가 됐지

즐거운 꿈과 행복한 아침이
언젠가 온전히 내게

익숙한 팔과 매일 같은 밝은 달이
거울에 비치는 날까지

즐거운 꿈과 행복한 아침이
언젠가 온전히 내게

익숙한 팔과 매일 같은 밝은 달이
거울에 비치는 날까지

 

물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먹먹하게 들린다

그 사람의 시간 속에서만 살다가

일상으로 돌아와 미뤄뒀던 빨래도 하면서 몸을 일으켜보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씩 느껴지는 현실감각에 애써 마음을 덮어두다가 

밤이 되면 다시 꺼내보는 느낌이었다

감정의 파도가 쓸어와 물속에 잠겨버린 거려나

6월은 생기가 넘치는 여름의 시작인데, 물에 잠겨버려서 그 마저도 느끼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 같았다


07. [타이틀] CORPUS 0
"아주 멀리 깨지 않는 꿈을 꾸려면
어떡해요 나?"

 

 

[가사]
언제쯤 너는 잠에 들까
난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사랑

그래도 한 번은 날 안아주고
손을 주면 발은 널 따라가지, 가자

언젠가는 나를 바라봐줄까
내 마음은 매일 피다가 시들지

수백 번 너와 감았던 태엽도
다가오는 시간을 멈출 수 없다면

아주 멀리 깨지 않는 꿈을 꾸려면
어떡해요 나?

춤을 추면서 우습게 놀자
우릴 태우고 시간을 속여 영원에 가자

밤새 도망쳐 떠났던 곳
우리가 쉴 곳은 곁에 없었지

그럼 내 그림자에 매일 기대도 돼
다가오는 시간에 덮친대도

아주 멀리 깨지 않는 꿈을 꾸려면
어떡해요 나?

춤을 추면서 우습게 놀자
우릴 태우고 시간을 속여 영원에 가자

발이 다다랐을 때, 이제 깨달아
너는 한 번도 원한 적 없어

그럼 낙원을 짓자
잃을 것도 없어 이 곳은
네게 줄 전부야

우린 모든 게 늙지 않을거야
하지만 땅은 늙지 몸도 사랑도

이제 깼네.
긴 꿈을 꿨어
울 것도 없어
어떻게 하지

이제야 내게 모습이 보여
내 기억 속의 너와 다른 지금 너의 타락

 

상대는 모르겠지만, 화자는 상대가 잠에 들 때까지 지켜보고 마음을 쓰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주는 손길 하나에도 따라가 보지만

본인을 바라봐주지 않는 모습에 매일 마음이 부풀다 시들고

현실의 괴리감을 잊기 위해 과거의 추억에 살면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이렇게 될 거라면 아예 현실을 잊고 우리만의 세상 속에서 춤추자고 했지만

그 끝에 다다르고 나서야 알게 된 거다

환상 속에서 함께 놀고 싶었던 그 사람은 없고, 현실의 그 사람이 보인다는 걸

 


08. 희망의 빛
"너의 눈에 가시 박힌 함정을 파고
내가 죽는 꿈이 잡히길 기다렸어
"

 

[가사]
피로했던 발을 쉬게 할 수 없던 날
가망 없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눈꺼풀에 가시 덫과 함정을 파고
잠이 잡히길 기다리다 쓰러졌던 밤

너의 품에 다시 나를 맡길 수 있다면
두 번 다신 내 얘길 하지 않을 거야

익숙한 방 처음 맡아봤던 빈 공기
서울엔 날 찾는 사람이 없구나

깜빡이는 불빛은 망가진 가로등 빛
희망이 다가온다는 징조라고 했지
난 여전히 너의 거짓말을 믿고 있어
누군가가 고친다면 다시 가서 망가뜨리자

미친 듯이 너를 생각해
모든 불은 희망의 불빛
이젠 다시 돌아갈 곳을
잊어버리고 빛을 향하네

꿈속에서 누군가 죽는 걸 본다면
그 사람은 행운이 생긴다 들었어

너의 눈에 가시 박힌 함정을 파고
내가 죽는 꿈이 잡히길 기다렸어

너의 눈에 다시 나를 품는 꿈이라면
아침부터 회복할 수 없는 큰 기분

익숙한 방 처음 맡아봤던 빈 공기
서울엔 날 찾는 사람이 없구나

깜빡이는 불빛은 망가진 가로등 빛
희망이 다가온다는 징조라고 했지
난 여전히 너의 거짓말을 믿고 있어
누군가가 고친다면 다시 가서 망가뜨리자

미친 듯이 너를 생각해
모든 불은 희망의 불빛
이젠 다시 돌아갈 곳을
잊어버리고 빛을 향하네

붉게 물든 별은 너의 눈
모든 불은 희망의 눈빛
이젠 다시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고 빛을 향하네

 

그 사람은 내 희망을 빌어주지 않으니

내가 그 사람의 눈에 가시를 심어서라도

잡혀 죽기를 바라는 모습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게 희망을 바라는지 체감했다

현실의 그 사람은 '타락'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

후회 아닌 후회를 하는 모습이라고도 느껴졌다

다시 나를 맡길 수 있다면 두 번 다신 내 얘길 하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그러면서도

그 사람이 했던 거짓말도 믿고 싶고

도리어 그 거짓말로 희망을 빌고 싶다는 모습이다

 

벌레가 빛을 바라보면 달려드는 습성을 갖고 있는데

희망의 빛이라는 표현이, 그 빛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로

정신이 아득해도록 그 빛을 향해가고 싶다는 의미 같았다


09. Erebia
"이룰 수 없는 집착은 인연의 출처"

 

[가사]
지금 내 몸은 너의 곁에 있지만
마음은 자꾸만 지구 밖을 떠돌아

영혼은 낡은 위성이 된 것처럼
나는 잠든 동안에도 거길 항해해

엄마가 약하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추위마저 느낄 수가 있어

그래도 멀리 가지는 못 할 거야
새로운 집은 내 거울 속에 있어

넌 매일 하얀 얼굴을 긁고 있네
끈질기게도 나는 너를 잡고 있어

죽고 싶지 않았던 어제의 비명
이룰 수 없는 집착은 인연의 출처

영혼은 낡은 위성이 된 것처럼
나는 잠든 동안에도 거길 항해해

그래도 멀리 가지는 못 할 거야
새로운 집은 내 거울 속에 있어

넌 매일 하얀 얼굴을 긁고 있네
끈질기게도 나는 너를 잡고 있어

죽고 싶지 않았던 어제의 비명
이룰 수 없는 집착은 인연의 출처

넌 창백해진 얼굴로 미소 짓네
끈질기게도 우린 서로를 놓지 못해

죽고 싶지 않았던 어제의 비명
이룰 수 없는 집착은 인연의 출처

이룰 수 없는 인연은 죽지 못하고
마음 가운데 산 채로 묻어 버렸지

이제는 볼 수 없는 처음 순간의 넌
지울 수 없는 시간의 이름이 되고

'Erebia'는 '어두운'이라는 라틴어인데,,,,

내 최애곡이 될 것 같다... 우선 폭발적인 사운드가 미쳤다

 

옆에 있으면서도 함께하지 못한다는 괴로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음이 자꾸 지구 밖을 떠도는 표현에서 알 수 있었다

지구 밖은 어둡고 공허한데, 그렇게라도 주위를 맴돌고 싶다는 마음도 느껴지고

중심으로 갈 수 없는 '낡은 위성'이라는 게 결국은 중심으로 가지 못하고 떠돌아야 하는

낡고 지친 마음 같기도 하다

"이룰 수 없는 집착은 인연의 출처"

사람이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인연'으로 갈 수 없는 현실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처음의 좋았던 순간에 자꾸만 집착하고, 곱씹고,,, 놓아줄 때라는 걸 알지만

그 순간을 잊지 못해 놓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근데 사운드가 제일 미쳤다니까요


10. 죽은 연인에게
(가사 없음)

 

'죽지 않은 연인에게'의 멜로디가 들리지만,

정작 가사는 없다. 음악 길이도 37초.

내 맘속에서 죽어버린 연인을 기리는 짤막한 음악이 아닐까?

 

하렴씨가 이 곡에 가사가 없는 이유는

'레퀴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퀴엠이란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곡이다.

 


11. [타이틀] 섬망
"약속했었잖아 내가 처음부터
우린 어떤 것도 끊어낼 수 없는 거라고"

 

 

[가사]
섬망으로 떨어진 나의 눈이
침대 밑에 들어가 춤을 추네
눈을 못 찾아서 아직 집이야
어제도 같은 이유로 늦었어

말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댔어도
나는 매일 너랑 같은 꿈을 꿔
다른 이름으로 너를 부르지
틀렸다는 생각은 할 수 없어

약속했었잖아 내가 처음부터
우린 어떤 것도 끊어낼 수 없는 거라고

너는 잡았던 손을 자르고 도망쳤지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잠을 잤던 것처럼

시간은 너의 말수를 훔쳐가네
(작은 네 웃음도)
어제보다 오늘이 더 흐릿해져
(없었던 것처럼)
기억은 가두려 해도 멀어져 가
(이젠 네 모습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란 걸 알아

약속했었잖아 내가 처음부터
우린 어떤 것도 끊어낼 수 없는 거라고

네가 버리고 간 손을 계속 잡고 있어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잠을 자고 있을게

 

현실을 깨닫고 살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섬망은 주의력과 인지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걸 의미하는데

감정에 잠식당해 버려서 결국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인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눈보다 객관적인 지표는 없다

'그날 그대 눈빛은 예언이었나 봐' 같은 가사도

창백해진 얼굴로 웃고 있다는 가사도

모두 두 눈으로 보았던 풍경이다

섬망으로 떨어져 버린 눈은 이제 이러한 현실도 망각한 채

그 사람과의 추억 속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매일 같은 꿈을 꾸지만 다른 이름을 부르는 화자는

상대에게 다양한 이름을 붙이는 걸 알 수 있다.

그 이름은 관계와 마음에 따라 달리 붙여질 수 있다

연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연인이 될 뻔한 사이라고도 할 수 있고,

별명이 어떻든 그 이름은 꿈에서만 유효하다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린 어떤 것도 끊어낼 수 없는 거라고'라면서 아직 붙잡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이미 상대는 떠나서 그 손이 껍데기만 남은 형태여고, 화자는 놓질 못한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음에도,

시간은 흘러가면서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과 모습이 사라져도 놓지 못한다.

돌아올 때까지 잠을 자고 있겠다는 말은

당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도입에서 피아노 선율이

뚝뚝 떨어지는 마음 같기도 하고, 눈물 같기도 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구성이, 정말 현실을 잊게 만드는 듯하다


12. Telepathy
"줄에 흔들리며 너를 찾았어
나는 꿈에서만 멀쩡했었어"

 

지구 밖에서 떠도는 위성이 보낸 텔레파시는

결국 그 사람에게 닿지 못했다

내가 복잡하게 생각했나? 싶지만 현실은 복잡한 텔레파시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현실과의 접점이 있고, 그게 계속될 거라는 생각에

태엽도 감아보고, 희망의 빛을 따라가고 붙잡아 봤지만 결국 착각이었다

추억은 우리 둘이 아닌 혼자만의 몫이 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버린 '나'.

해가 뜰 때까지 걷던 여름밤의 꿈은 이제 사라진다.

꿈속에서 그 사람의 곁에 맴돌고 함께했던 그 모든 순간이 이제

사라지는 순간이라는 뜻이다

두 번은 없는 그 순간

 


13. -

"어둠 속에 너의 발소리가 울렸고

달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사라질 걸"

 

그 사람이 했던 행동은

날아가는 새를 겨냥하면서 재미를 찾는 일종의 사냥 놀이였을지도 모른다

어설프게 날다 추락해 버린 화자는 이제 달아날 수도 없다

벗어나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사실 벗어날 의지조차 없을 수도 있다

왜냐면 이미 주도권은 다 상대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벗어나지 못한 밤에 그 사람을 다시 마주해 버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현실을 잊어버린다

이제 득이 될 것도 없는 마이너스의 관계 속에서도 놓지 못하는 모습이

처절하게 느껴졌다